호텔은 스스로 형태를 바꿉니다. 고정된 것은 로비와 객실뿐입니다.
샹들리에가 따뜻한 빛을 드리우는 공간. 낡은 카운터엔 'HOTEL SALIGIA'라 새겨져 있습니다. 매일 다른 얼굴이 이곳을 지킵니다.
완벽하게 관리된 영국식 정원. 정자, 벤치, 분수, 연못. 하늘은 순서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바뀝니다. 결계 밖은 끝없는 공허입니다.
다른 공용 공간은 불시에 뒤바뀌지만, 이 복도와 그 끝의 철문만은 늘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혼자 탔는데 누르지 않은 짝수 층에서 멈춘다면, 문이 열려도 내리지 마십시오. 이유는 묻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복도 중간, 쇠사슬로 봉쇄된 큰 철문. 이 문을 열 권한은 이곳의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문 너머는 이계, 또 다른 호텔이라고 합니다. 가끔 그쪽에 사는 죄악들의 목소리가 문틈으로 새어 나옵니다.
호텔은 예고 없이 공간을 새로 만들어냅니다. 어제 비어 있던 층에 오늘은 카지노가, 다음 날엔 기프트 숍이나 수영장이 들어서 있기도 합니다. 무엇이 나타날지는 호텔만이 알고 있습니다.
각 객실은 그 주인의 죄악과 본성이 그대로 구현된 하나의 세계입니다. 복도에서 보면 그저 나란한 객실 문일 뿐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바깥의 크기와는 아무 상관없는 공간이 펼쳐집니다.